박경희
마지막 날 오전에 방문한 기관은 스쿨토크(School Talk)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관내에 있는 학교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이 가능하도록 다각도로 도움을 주는 기관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우리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알려주려는 그들의 친절함이 감사했다.
이들은 학교기관에 회복적 정의를 적용하려 할 때 3가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첫째, 경험에 기초한 사례들로 학교장들의 의식을 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가장 느린 변화의 접근임을 강조해야 한다. 셋째, 생활 습관의 변화는 어렵다. 그보다 공동체적인 관계상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또한 많은 경우 응보적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일지라도 학생들의 징계(예를 들어 정학) 후에 재통합 노력으로 서클을 통해 교사의 우려를 줄여가는 방식을 취하면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서클 질문을 통해 관계 변화, 관점의 변화를 경험하면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흥미로웠던 점은 4~5세의 어린아이들 서클도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 질문한 부분은 ‘부모교육을 통해 가정에서 서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대답은 부모교육을 통해 가정에서 서클이 활동되도록 교육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때때로 어떤 특별한 증상이 있는 학생들의 부모에게 서클을 활용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들과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적용 3년차 중인 링컨 중학교와 벨 고등학교를 방문하였다. 두 학교는 한 건물에 있었다. 경찰들이 수시로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학교 내에 상주하고 있었다. 우리는 학교안전을 위해 보안검색대의 검사를 통과한 후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학생들은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에 구비된 휴대전화 보관함에 등교 시에 넣고 하교 때 꺼내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낯선 분위기로 인해 나는 살짝 긴장감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외부적 모습과 달리 학교는 그들의 모든 생활 중심에 회복적 정의를 가장 큰 목표로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스쿨토크에서 온 직원이 고정으로 배정 되어 있고 학생과 교사를 돕는 코디네이터(정확한 용어인지 모르겠음)가 상주해 있었다. 별도로 상담을 하는 상담사도 따로 있었다. 특별히 수업시간에 방해를 해서 처벌을 받는 아이들은 코디네이터의 사무실에 와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의 방은 응보적정의와 회복적정의가 공존하도록 의미 있게 구성된 방이었다. 반성문을 쓸 수 있는 공간 바로 옆에 서클을 진행하는 구역으로 마무리된다. 우리가 방문한 요일이 마침 화요일이라 오후에 열리는 서클에 참여할 수 있었다.
원형의 파란 천에 재미난 토킹스틱들이 많이 올려진 센터피스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고 벽면 거울에는 서클의 기본규칙과 이번 서클의 주제질문들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교실에서 향기가 났는데 서클 진행시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아로마향을 이용한다는 교사의 설명도 흥미로웠다.
우리의 참여로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지는 못하고 관계형성의 가벼운 신뢰서클을 진행했다. 준비된 여는 질문은 지금 현재 자신의 감정을 색깔로 표현하면? 주제질문 1.일요일 아침에 좋아하는 자신의 일상은? 2.좋아하는 영화나 책? 3.여행하고 싶은 나라는? 닫는 질문은 소감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께 서클을 참여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나는 교사들에게 얼마나 자주 서클을 하는지 질문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학급에서 하는 서클과 이렇게 따로 매주 방과 후에 열리는 서클이 어떻게 다른지 질문했다. 첫 질문은 선생님들이 답을 주셨다.
학급별로는 주 1회 서클을 진행하고, 별도로 매주 화요일마다 서클을 열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질문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답을 해주어서 기뻤다. 학급에서 열리는 서클은 관계 중심적 서클이 주를 이루며 방과 후에 열리는 서클은 좀 더 깊이 있는 주제들로 다양하게 다뤄진다고 했다. 또한 정해진 시간 내에 마무리가 안 될 경우, 그 다음 주에 이어서 더 깊이 있게 주제를 다룰 수 있어서 의미 있고 특별한 시간이 된다고 말해주었다.
3년차 적용중인 학교를 방문하고 우리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들이 회복적 정의라는 한 곳을 바라보며 시스템 적으로 안정화되어 가는 부분은 닮고 싶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아직 회복적 정의라는 단어와 서클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도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을 터 놓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경험하기를 희망한다.